아르헨티나서 ‘코인 구매=달러 확보’…페소 기반 거래 94%가 스테이블코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플로랄리스 헤네리카와 도심 전경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을 보여주는 자료사진. 사진: Domenico Cervini / Pexels

아르헨티나에서 가상자산은 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자 대상보다 달러를 보관하는 통로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지 통화인 페소로 이뤄지는 가상자산 거래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9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그 배경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가상자산 부문인 a16z crypto는 지난 8월 3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인 5명 중 1명이 가상자산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상위 15개 가상자산 앱의 2024년 다운로드 수도 전년보다 9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페소 불신이 키운 ‘디지털 달러’ 수요

보고서는 현재의 이용 습관을 2001~2002년 금융위기까지 거슬러 설명했다. 당시 예금 동결과 달러 표시 예금·대출의 강제 페소화, 달러 고정환율 붕괴를 겪으면서 페소에 대한 불신과 현금 달러 선호가 깊어졌다는 것이다.

2019년 외환 통제가 다시 강화된 뒤에는 개인이 공식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달러가 월 200달러로 제한됐다.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의 공식 환전 창구를 거치지 않고 달러에 접근하려는 이용자들에게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에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모습
스마트폰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연출한 자료사진. 사진: Morthy Jameson / Pexels

환전 제한 풀리고 물가 내려도 이용은 유지

아르헨티나는 2025년 4월 개인의 달러 구매 제한을 대부분 해제했다. 공식 환율과 병행 환율의 차이도 크게 좁혀졌지만, 2026년 8월 28일 기준 디지털 달러 가격은 공식 시장의 달러보다 약 4% 높은 수준이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급여 영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글로벌 급여 플랫폼 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4월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289%까지 오르는 동안 아르헨티나 계약직 근로자의 USDC 급여 수령 비중도 함께 높아졌다. 2026년 7월에는 두 지표가 각각 정점의 약 5분의 1 수준에서 유지됐다.

물가 압력이 낮아진 뒤에도 사용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월간 물가상승률이 25.5%에서 2.1%로 내려가는 동안 현지 주요 가상자산 지갑인 레몬의 다운로드 수는 분기마다 증가했다. 위기 대응 수단으로 시작한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인 저축·급여 도구로 굳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94%는 ‘페소 기반 가상자산 거래’의 비중

94%라는 수치는 아르헨티나의 모든 금융거래나 국민 자산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니다. 데이터업체 아르테미스가 추적한 주요 통화별 가상자산 거래 중 페소로 이뤄진 거래가 어떤 자산으로 향했는지를 비교한 값이다. a16z는 이 비율이 아르테미스가 집계한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다고 밝혔다.

수치의 성격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a16z는 아르테미스와 자사 포트폴리오 기업 딜 등 제3자 자료를 활용했으며, 일부 정보는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이번 분석은 아르헨티나의 스테이블코인 이용 양상을 보여주는 지표이지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나 시장 전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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